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필리프 베송 지음, 이슬아 옮김 / 레모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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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고 잔인한 이야기는 소설 속에만 남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소설보다 더 잔혹하고 끔찍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 그리고 여성살해에 대한 뉴스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왜 이런 비참한 죽음을 당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은폐됐던 가정폭력 속에서 숨죽여 지내야 했던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마치 감정이 없는 듯 남편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가족들, 감히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다. 아버지는 이 집 주인이 누구고 누가 왕인지, 누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보고하고 존경심을 표해야 하는지 끈질기게 말했고, 어머니의 침묵에 따귀를 때렸다. 그런 뒤 곧바로 사과했고,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어머니가 자신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며 또 화를 내고 어머니를 때린다.

겉으로 보기에 크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던 가족이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제발 나를 제대로 봐달라고, 우리의 모습을 조금만 더 관심 있게 봐달라고...

소설 속 친지와 이웃, 경찰들이 그랬듯 우리 대부분은 무심했고, 그냥 지나친다. 남의 가정사에 함부로 나서는 게 아니라 치부하며 모른척하는 사태들이 결국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남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말았다.

가해자의 목소리만 담아내는 뉴스 속, 감춰진 피해자의 목소리를 이 책을 통해 들었고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도중에 몇 번이나 책을 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읽기를 그만두는 게 아이들을 방치하는 거라는 은유 작가의 말에 책임감 있게 끝까지 읽어내야 했고,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함께 읽기 바랐다.

삶이 완전히 부서졌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
사회가 그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 가해자의 목소리가 아닌, 피해자와 남은 이들의 아픔을 듣고 그들이 온전한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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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이광표 지음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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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라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작품이 있나요?
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단연 떠오른다. 실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실망하기도 한다는데, 루브르박물관에서 본 모나리자 작품은 나에게 꽤 충격적이고 신비로웠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 루브르박물관에 오기도 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모나리자> 작품은 왜 이토록 대중의 사랑을 받고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걸까.

명작은 수많은 예술 작품 가운데 선택받은 극소수 작품으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러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하다. 생전에 겨우 작품 하나만 팔았던 고흐의 작품들은 미술품 경매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고 인류가 남긴 미술품 가운데 국경을 가장 많이 넘나든 고흐의 작품 <가셰 박사의 초상>은 일본 재벌에게 낙찰된 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그리고 케이크와 찻잔, 페인트 테러까지 당했던 모나리자는 도난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으며,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위작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며 법정 소송까지 가기도 한다. 특히 천경자 화백 본인이 그린 게 아닌 위작이라던 그림을 소장 미술관이 진품이라 주장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는데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는 게 더욱 놀라울 따름인 이상한 세계의 미술계이다.

책은 이렇게 명작으로 대접받게 된 과정을 둘러싼 사건 사고와 논란,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깃든 역사적 수난들을 여러 작품을 통해 말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잘 몰랐던 한국 작품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꽤 많이 담아냈다는 것이다. 6.25 전쟁 혼란을 틈타 국새와 어보를 훔쳐 간 미군들, 광화문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들, 투박하고 못생겼다며 구박받던 은진미륵의 재평가, 임산부가 가야금을 타고 그 옆에서 두 남녀가 적나라하게 성행위를 하고 있는 신라 토우, 끊임없이 위작을 만들어 일확천금을 노렸던 이중섭의 아들, 반가사유상의 뒤로 젖혀진 엄지발가락과 뺨에 닿은 직각 손가락이 말해주는 "깨달음의 표현" 등 작품마다 담긴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최근 몇 년간 경주박물관을 매해 방문했었는데 신라 토우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줄 몰랐었다. 특히 신라인들의 대담한 성적 표현은 차마 글로 담아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이자 충격이다. 불라불라불라불라~ 절제와 감춤의 미학 따윈 그들에게 없다. 쾌락과 욕망을 토우로 가차 없이 아니 과장되게 표현했는데, 이런 과감함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구나 싶다. 올해는 경주 갈 생각이 없었는데, 신라인들의 명작들이 날 그곳으로 또 부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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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학 - 우리가 세상을 읽을 때 필요한 21가지
마커스 초운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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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나에게 어렵지만 기묘하고 흥미로운 분야이다. 그 닿지 않는 영역은 마치 마법 같기도 하고 허상 같기도 하다. 나의 존재와 내 일상이 과학으로 설명되고 증명되는 것을 보며 확신과 의심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래서 과학이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순히 원소 기호와 이론을 암기하던 학생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 세계를 좀 더 이해하는 방향으로 과학을 접근하게 된다.

이 책은 과학의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21가지 과학 개념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라고 소개되어 있다. 모든 물체는 다른 모든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중력을 시작으로 열을 대기중에 가두는 지구온난화,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는 이유인 판 구조론 그 외 양자 이론, 뇌, 블랙홀, 일반 상대성 이론, 양자컴퓨터 등 핵심적인 과학 개념들의 액기스만 뽑아 간략한 해설서로 내놨다. 하지만 이과 머리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한 사람이 런던과 시드니에 동시에 있을 수 있으며 1개의 원자가 동시에 두 곳에 존재할 수 있고, 도대체 아무 이유도 없이 어떤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우주의 반대편에 있는 2개의 원자가 일시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양자 이론의 세계이다. _p.80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세상,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건 21가지 과학 개념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세계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삼체가 떠올랐다. 내가 놓쳤던, 그리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 의문이 들었던 부분들이 퍼즐 맞추듯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외계 생명체가 양성자 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는 작은 입자인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인 '지자'를 지구에 보냈고 '양자 얽힘'으로 4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통신을 하며 정보를 교환했고 지구를 감시하며 통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답을 낼 수 없는 삼체문제 (three body problem)로 문명의 발전과 멸망을 반복하던 그들이 왜 지구로 와야 했는지 이 책을 통해 더욱 흥미롭게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책에도 이체, 삼체에 대한 언급이 살짝 나와있다.)

반드시 알아야 할 21가지 과학 개념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로 함께 만난다면 과학 개념들이 이야기로 그려지며 좀 더 이해하기 쉽다. 다만 그 순간은 아~ 하는데, 뒤돌아 서면 설명할 수 없는 게 또 과학이니 ㅎㅎ 보고 또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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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인간지능의 시대 - AI 시대를 항해하는 사피엔스를 위한 안내서
김상균 지음 / 베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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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국은 의사 직업을 선망하며 유치원 때부터 의사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물론 중요한 직업군이긴 하지만 시대 흐름상 분명히 급속히 감소하거나 좀 더 세분화된 직업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저자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우리 아이를 의대에 보내려는데, 그렇게 준비해도 될까요?"이다. 이에 저자는 경제적 안전성만 놓고 보면 의사의 역할은 일부 대처되거나 보조되는 역할로 축소되고 소득은 감소할 거라 전망한다.

비단, 의사라는 직업뿐만 아니라 회계사, 변호사, 교수, 제조업, 디자인, 기술 개발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감소와 소멸을 예상한다.
그럼, 우린 미래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메타버스>의 저자였던 김상균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상세하게 알려준다.


직장인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CHAT GPT, 뤼튼
사진작가 없이 혼자서 화보를 만드는 쇼핑몰 사장
차별화된 홍보 쇼츠 영상으로 고객을 끌어당기는 부동산 사장
타겟층에 맞게 개발된 메뉴로 핫한 치킨 가게가 된 동네 치킨 장인
그리고 대기업의 AI 사용 성공 사례까지


AI를 어떻게 쓸지 모르겠다면, (STAR)
AI로 뭘 할지 모르겠다면, (GEM)
AI를 잘못 써서 낭패 볼까 걱정된다면, (SAFETY)

분명 이 책이 그 방향을 잡아 줄 것이다.

무엇보다, 챗GPT를 포함한 AI도구 TOP8의 활용서는 AI 사용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한 설명서가 돼준다. AI도구를 활용해 시나리오, 이미지, 영상, 음악, 더빙까지 5분이면 뚝딱 릴스를 만들 수 있다면, 당장 도전해 보고 싶지 않은가?

저자의 말처럼, 바야흐로 AI시대는 열렸고 우린 어쩔 수 없이 그 여정에 올라탔다. 우리가 AI의 뿔을 잡고 항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거,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기회의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 변화의 급류에 휩쓸릴 것인가?
그건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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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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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뭔가를, 또는 누군가를 믿고 싶어 한다.
그건 신일수도 동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다. 믿음은 온전히 내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그 믿음을 이용해 무참히 짓밟는 이들이 있다.

인간이 인간을 먹이로 삼는 섬뜩하고 충격적이고 무서운 이야기.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컬트』 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방송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며 신도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온갖 만행을 저지른 그들의 실체를 보며 사람들은 경악했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이비에 현혹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늘 이런 컬트를 다룬 방송을 볼 때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 주로 초점이 맞춰줘 정작 지도자라는 사람의 면면은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 또한 차마 리뷰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집단 광기의 단체에 동조했던 추종자의 심리에 맞추기보다 그 지도자들의 탄생 배경과 공통적인 특징을 추적하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행적을 분석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억압된 성적 취향, 악성 자기도취증, 반사회적이고 과대망상적이며 교묘하게 잔혹하고 폭력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맹목적으로 의지하게 만들어 그가 오로지 자신의 삶을 바꿔주리라 믿게 만든다. 찰스 맨슨이 어린 시절 소년 학교에 수감됐을 당시 상주하던 심리학자들을 조종했던 사건을 보며 더욱 소름 돋았다. 그들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는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과 패밀리, 존슨 타운에서 일어난 집단 자살 짐 존스와 인민사원, 컬트 지도자 모두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은 음웨린데와 하느님의 십계명 회복 운동 등 9명의 컬트 지도자와 단체를 정밀하게 취재하고 조사한 내용을 서술한다. 집단을 사회와 대립하게 만들고, 공개 고백을 강요해 취약점을 노출시키고, 집단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며 급기야 가족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짜 맞춘 듯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에 읽는 내내 공포에 사로잡혔다.
역사적으로 희생제물 같은 극단적인 신앙의 연대기는 이어져왔다. 그런데 지금 현대에도 희생제물이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고 끔찍했다. 어쩌면 엽기적이고 불쾌감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약한 마음을 노리고 언제 어느 때 비집고 들어올지 모를 컬트 집단, '범죄 실화를 위한 필독서'라는 평가는 받는 이 책이 그 실체를 면밀히 고발하며 예방책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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