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달리기 - 아침의 달리기, 밤의 뜀박질 아무튼 시리즈 33
김상민 지음 / 위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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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나도 달리기를 나의 루틴으로 만들어야지. 오래오래 계속계속 달려야지. 그래서 언젠가는 파리의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봐야지. 비행기 타고 슝- 날아가서 달리기. 만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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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05-1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뛰어욥 환영합니다!!!!

다락방 2024-05-16 15:45   좋아요 1 | URL
좋아요!! 전 아직 달리기 꼬꼬마라 마라톤 까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겠지만 준비되면 파리로 가겠습니다! 슝- ✈️

단발머리 2024-05-1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려본지 어언..... 어언 몇 년 됐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요. 계단만 걸어올라도 숨이 차서... 일단 저는, 읽고 올게요.
 
















루시는 피아노에 자질이 있어 자신이 살던 동네를 떠나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도시에서 혼자 지내게 된다. 오페라를 보러 다니던 루시는 어느날 서배스천 이라는 성악가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동경이었고 감탄이었다. 그의 노래는 다른 사람들의 것과 달랐다. 루시는 스승님의 소개로 그 성악가를 소개 받게 되고 성악가의 연습시간 반주자가 되어준다. 서배스천도 점점 더 루시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루시의 본인에 대한 애정을 알고 자신 역시 루시에게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류의 것이 아니었다. 서배스천은 그 누구보다 그들 사이의 나이 차이를 잘 알고 있었으며 그들에게 있는 것은 소중함이고 애정이었으나 순수함이기도 했으니까. 루시는 그에게 정말로 푹 빠져서 그를 만나고 싶고 그를 기다리게 된다. 루시가 바라는 것은 서배스천의 안녕과 행복이었다.


그런 루시에게 고향 친구 해리가 찾아온다. 해리는 고향 은행장의 아들로 루시를 좋아하고 있었고 일주일간 루시와 함께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루시에게 청혼을 한다. 그러나 루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며 거절한다. 루시는 한 번도 해리랑 결혼한 미래를 그려보지 않았다. 루시에게 기대되는 약속과 미래는 서배스찬과의 것이었다. 아니, 서배스천과 결혼한다거나 애인이 된다거나 하는게 아니었다. 그가 공연하는 곳 그가 머무는 곳으로 함께 가 연주를 하는 거, 그게 전부였다. 루시의 사랑을 한낱 음악선생님을 동경하는 것으로 오해하던 해리는 웃어 넘기려 하였지만, '어디까지 갔냐'는 물음에 '끝까지 갔다'고 거짓을 말함으로 해리를 물리친다. 해리는 이에 루시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금세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


그의 결혼이 복수심에서 나온거라고 루시도 충분히 짐작했지만, 그러나 별스럽지 않았다. 그러든지 말든지, 루시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소중하고 큰 인연 서배스천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세상이, 그리고 사람이 어디 내 마음대로 혹은 내 기대되로 되던가. 서배스천은 비극적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에 충격받은 루시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 한동안 내려가지 않았던 곳. 그곳에는 살림을 하는 언니 폴린이 있고 체스를 두고 일을 게을리하며 은행빚을 잔뜩 지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 


루시의 아버지는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루시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루시에게 음악교육을 시켰다.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삶에서, 게다가 게으른 아버지에게서 그 돈이 충분히 나올 리가 없다. 언니 폴린이 아버지가 돌보지 않는 땅에 양파를 심으면서 겨우겨우 학비를 그리고 생활비를 댔던 거다. 


이 이야기는 루시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루시의 성장과 사랑과 상실과 그 모든걸 품은 루시 인생의 이야기. 그런데 윌라 캐더는 단지 루시만을 보여주면서 이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는다. 게으른 아버지와 집안 사정 별로 신경쓰지 않는 피아노 연주자 루시의 뒤에는 예술 쪽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는 언니 폴린이 있엇다. 루시는 예쁘게 생겼지만 폴린은 그렇지 않았다. 루시는 피아노를 잘쳤지만 폴린은 그렇지 않았다. 이 가사 노동을 루시도 함께 해야 하지 않느냐, 왜 루시는 안하고 나만 하느냐는 폴린의 울화에 아버지는 루시는 특별하다며 당연하게 예외를 시킨다. 루시는 루시대로 루시의 삶과 시간 소중함에 신경쓰느라 언니의 불만도 모르고 언니의 고생도 알아채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루시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루시의 상실은 루시의 상실대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후벼놓지만,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혼자서 가사노동 감내하고 집안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하는 폴린이 된다. 왜 언니는 살림해야 하는가, 왜 언니는 뒷바라지 해야 하는가, 그러면서도 왜 언니에게 그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는가. 능력없고 게으른 루시의 아버지도 싫고 언니와 아버지의 삶에 깊은 관심 없는 루시도 야속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가정에서 어쨌든 이 가정을 굴러가게 만들고 있는건 언니 폴린이었다. 나는 폴린에게 그냥 도망가버리라고 말했다. 그냥 도망가, 폴린. 도망가서 혼자서 자유롭게 살아. 그렇다면 루시는 어떻게 될까? 루시의 아버지는? 그제야 루시도 루시의 아버지도 가사 노동에 조금 참여를 할까? 밥을 하고 빨래를 할까? 양파를 키워 돈을 만들까? 폴린, 도망쳐. 동생은 어린 나이에도 도시로 나가 공부를 하는데, 왜 폴린은 그런 루시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도시로 나갔던 동생은 슬픔을 가득 안은채 고향으로 돌아왔나. 그런 루시에게 어떻게 또 가정 형편과 가사노동을 부담시키나. 그러면, 그러면 이 집의 일은 계속해서 폴린의 몫인가?



서배츠천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있어 루시는 행복했다. 루시는 서배스천을 알면서 함께 보낸 몇주가 자신의 인생 21년보다 더 풍요롭다고 생각한다. 루시에게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고 축복할 일이지만, 그런데 폴린에게는 그런 시간이 있었을까? '이 몇 주가 내 생 전체보다 풍요로웠어' 하던 시간이 있었을까? 



이 이야기는 루시의 이야기다. 루시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 루시의 반짝이는 사랑과 그 후의 상실로 인한 큰 고통은 루시에게 너무 빨리 인생의 맛을 알려준게 아닌가 싶어진다. 그래서 루시의 삶을 자꾸만 돌이켜보게 된다. 그런 한편 루시에게 청혼하고 거절당한 뒤 루시를 애써 모른척하려는 해리 고든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훗날 자신의 행동을 한없이 반성하게 될 해리 고든을. 자식들 모두를 먼저 보내고 혼자 늙어가야 했던 한 아버지를 생각한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고 한심한 아버지 대신 집을 책임져야 했던 폴린을 생각한다. 떠난 사람들과 남은 사람들을 생각한다. 세상에는 누가 보기에도 요란한 사랑이 있지만 별로 티나는 것 같지 않은 사랑도 그 사람의 내면에서는 큰 파도가 되어 출렁인다. 가까스로 다시 불붙인 열정이 내 의도와 다르게 강제적으로 차단당할 수도 있는 것이 삶이다. 책장을 덮고나서도 계속해서 마음이 쓰인다. 



좋은 소설이다. 정말 그렇다.



루시는 온 세상에 혼자 남은 듯 속상했다.
그리고 천천히 도시를 가로지르며 북적인은 거리에서, 비를 피하려고 서두르다가 자신에게 몸을 부딪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얻었다. 도시에는 외로움을 느낄 공간이 넉넉하다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고, 루시는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애달픔에 허덕인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도시는 시골의 허허벌판과 다르기에 혼자 서서 애끓을 일이 없었다. 슬프고 낙담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눈에 띈 적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차에 묶인 말처럼 홀딱 젖은 부랑자들이 쉼터에 들어가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옆에는 웬 노인이 보도의 쇠창살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를 쐬고 있었다.
보통 루시는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가 느낄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풍선을 쫓는 남자아이처럼 급한 마음으로 거리를 활보했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이 모든 사람이 동지인 듯했고, 그들에게 겸허한 애정을 느꼈다. - P69

매일 밤 적막 속에 혼자 있을 때, 그때 루시는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하루가 다 지난 후에! 왜 그런 것일까, 그는 알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그날 오전을 이루는 순간순간을 전부 곱씹었다. 그 어떤 것도 잊지 않았다. 노래 한 소절도, 서배스천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나 손짓 하나도 잊지 않았다. 조용한 밤에는 생각할 시간이 충분했고, 1월 4일 이후의 몇 주가 그전까지 살아온 21년보다 더 풍요로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은 숫자로 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했다. - P101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루시는 해리를 다시 보니 좋았다고 되뇌었다. 오랜 친구를 끊어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해리가 지금처럼 자만하지만 않았어도 아주 지적인 사람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루시는 옷을 벗으며 생각했다. 해리는 일종의 정신적 근시가 있어서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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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5-16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오늘도 장바구니에 책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한숨)

다락방 2024-05-16 07:58   좋아요 1 | URL
이 책 좋아요, 북깨비 님.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blanca 2024-05-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이 책 읽고 있어요. 정말 너무 좋아요. 다락방님 책지름신.

다락방 2024-05-16 15:45   좋아요 0 | URL
저는 블랑카 님이 이 책을 좋아하실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치니 2024-05-1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 읽으면서 다락방 님 서재에 일부러 감사 인사하러 옴!

다락방 2024-05-16 16:44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다행입니다. 이 책은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좋아할거라 생각합니다. 소설이란 이런것이다를 보여주는 작품 이랄까요. 후훗.

달자 2024-05-1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바로 장바구니행~~

다락방 2024-05-16 16:53   좋아요 1 | URL
고고!!!!!

단발머리 2024-05-1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재능있는 루시는 하고 싶은 대로 사는데, 덜 예쁘고 재능없는 폴린이 루시와 아버지의 삶을 채워준다는 대목이 마음 아프네요.
1초 정도, 차라리 루시가 아들이었다면 이걸 이해하기 덜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이런 고단한 삶이라니....
너무 근사한 소설 같아요. 표지도 클래식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자목련 2024-05-1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 님 덕분에 주문했어요. 곧 도착!!

독서괭 2024-05-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극찬 소설! 일단 담고 봅니다!
 
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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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쓰여진 소설은 인물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지만 인생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는다.
윌라 캐더, 참 좋네.
예술과 사랑과 삶이 이 작은 책 한 권에 가득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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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4-05-1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안토니아>, <로스트 레이디>도 진짜 좋아요! 이 작가 뭔가 좀 환상적인 듯.

다락방 2024-05-16 21:26   좋아요 0 | URL
로스트 레이디 좋았는데 루시 게이하트가 더 좋아요!! >.<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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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서는 가진자들이 많고 텔레비전에는 재벌이 등장하는데, 현실의 가난함에 대해서는 책이 보여주는구나.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현실에 단단히 서있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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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글빨은 지난 밤이 여파인가요? 멋진 100자평입니다. 추천 100개예요. ^^

다락방 2024-05-14 12:38   좋아요 0 | URL
추천 백개 감사히 받겠습니다. 만세!!
 
태도의 말들 -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문장 시리즈
엄지혜 지음 / 유유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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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하는 태도에 대한 것도 역시나 사람마다 다르고 나는 여하튼 내 태도가 더 좋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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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14 0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여하튼 이런 결론이 좋은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5-14 09:06   좋아요 5 | URL
에세이는 역시 이유경 작가가 제일 잘쓰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5-14 09:13   좋아요 2 | URL
옳소 옳소 옳소!!! 👍🏼👍🏼👍🏼👍🏼👍🏼

독서괭 2024-05-14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는 여하튼 다락방이 더 좋은 것 같다.

다락방 2024-05-14 12:38   좋아요 2 | URL
제가 생각해도 다락방이 최고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5-14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하튼 당신은 여전히 자뻑인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5-14 12:38   좋아요 1 | URL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05-14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냄새 나는 글을 남기고 난 다음 날에 읽는 다락방님의 리뷰라 그런지 더더욱 좋네요

다락방 2024-05-15 14:33   좋아요 1 | URL
지금은 술냄새가 말끔히 가셨습니다! 곧 다시 마실테지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자 님은 술 좋아해요?

달자 2024-05-16 01:26   좋아요 0 | URL
네 좋아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밤에 다락방님을 생각하며 집에서 혼술할 예정 ,,, 🍷

다락방 2024-05-16 07:59   좋아요 1 | URL
아이참 너무 좋네. 우리 언젠가 같이 술 마시도록 해요!! >.<

달자 2024-05-17 01:43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과 술 같이 마시는 다락방님의 성덕이 될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