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공급 살인사건 소설로 읽는 경제학 1
마샬 제번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북앤월드(EYE)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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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경제학 보조 텍스트로 분류함이 마땅하다. 저자들의 의도가 그러함도 물론이다. 이 텍스트 속에 복잡한 경제학의 명제들은 없다. 수요와 공급 곡선, 기회비용, 효용함수, 죄수 딜레마 등 몇몇 명제들이 등장하는데 쉽고 명쾌하며 반복학습까지 시켜주기 때문에 책을 덮을 때쯤 되면 자본주의 경제학의 기본철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공짜는 없다는 것인대, 주인공은 이 법칙에서 벗어나 주로 공짜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의 이상행동을 추적해 사건을 해결한다. 사건 해결 과정이 흥미진진하거나 박진감 있는 것은 아니나, 수요공급법칙에 대해서는 잊어먹지 않도록 해준다. 경제학도가 아니라도 수요공급법칙이라는 중대명제를 머리속에 각인시키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공짜 얘기가 나와서 말인대, 세상에는 정말 공짜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 세상에 공짜가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대, 사실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고 한다. 나는 종종 이 진리를 까먹는다. 주로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을 까먹거나, 또는 정당한 이유없이, 즉 공짜로 주거나 하여 내 주변의 질서를 흐뜨러 뜨려 이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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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감 듀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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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참으로 희안한 방식으로 `완전범죄`를 달성하게 되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에게 복이 있어서다. 그는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 별로 물어보지도 않는다. 엉겁결에 가짜 탐정이 되었으나 열심히 잘 들어주기만 하니 사건도 풀고 위기탈출도 한다. 들을 줄 안다는 것은 하늘이 내린 복이다.

그는 원래 자기 주장도 없이 사는 변변치 못한 인간이다. 변변치 못하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소설과 현실을 구분 못하고 소설 같은 사랑을 꿈꾼다는 점에서 역시 변변치 못하다. 그러나 이 변변치 못한 갑남을녀들이 결국은 전설적인 탐정이 되고 사랑의 큰 성공을 이룬다. 최소한 남자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 원인은 남의 말을 잘 들어준 덕분이다. 평생 그렇게 살아온 덕에 복 받았다.

저자의 이야기솜씨와 더불어 글솜씨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글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조사(한글인 경우) 하나조차 아끼고 아껴서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는 작문의 수칙을 무척이나 잘 지킨 듯한, 말끔한 신사 같은 글이다.

나는 휴양지에서 돌아오는 공항에서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복 없게도 새벽 1시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4시반으로 연발됐는데, 그 피곤한 가운데도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비행기가 가거나 말거나 다른 나라 승객들이 거의 연좌데모 직전까지 가거나 말거나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중추신경은 갈수록 말똥말똥 해지고 거침없이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가 주는 마력으로 잘 다듬어진 추리소설만한 것이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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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9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바위 2004-08-2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그런데 정말 신혼여행에 대부라니요... 즐거웠습니다. 바다도 산도 핏자도우도, 그리고 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거기는 개들이 무척 여유로워서 사람이 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영역표시를 위한 오줌싸기도 거의 안 하는 것 같고, 파도 치면 파도 놀이 하고...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발리에서 유래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서울보다 선선해서 놀랐습니다. 하긴 남반구라 겨울이니...
 
프라이싱 - 소비자를 사로잡는 가격 책정 기술
아오키 준 지음, 한양심 옮김, 이강락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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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격을 메긴다. 먼저 원가 계산하고 그 다음에 적당히 이윤 붙이면 그게 가격이다. 아무 생각 없이 장사하면 이렇게 된다. 운 좋으면 이래도 돈 벌겠지만 대개는 성공하기 힘들단다.

그러면 어찌하란 말인가. 이 책은 철저한 경쟁사 가격조사, 고객의 요망 조사 후에 확실한 전략을 가지고 가격을 정하라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장사의 핵심은 가격 설정이니 가격설정 할 때 생각 좀 하고 정하라는 것이다.

`원가+이윤=가격` 이건 생각 없는 짓이다. 생각하는 장사꾼은 먼저 전략적인 가격을 정하고 그 다음에 여기에 원가와 이윤을 끼워 맞춘단다. 그러면 전략적인 가격은 어떻게 정하나.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를 정하면 가격은 그 가치의 표현일 뿐이므로 누워서 떡먹기로 나온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제공할 가치를 정했으면 확실히 비싸든지 확실히 싸든지, 이유가 명확한 가격을 정하고 설득하라. 대강 이런 이야기인데... 과문하여 가격에 관한 책 중 베스트로 생각된다. 리뷰를 쓴다고 난폭하게 정리하였으나 책에는 여러 뚜렷한 메시지들이 있다. 무릇 상인들은 일독하고 곰곰히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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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현대지성신서 1
G.F. 영 지음,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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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재정적 후원자일 뿐 아니라 중세암흑시대에 고대 그리스 로마의 서책들을 수집 전파하는 인문부흥운동의 선도자요, 은행 지로 시스템의 창안자요, 피렌체의 지배자로 두 명의 교황까지 낸 인류역사상 최고의 명문가. 메디치 가문의 역사는 그 드라마틱한 파란곡절과 화려한 성취로 뭇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이 책은 100년 전의 작품이지만 세월의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현대적 감각으로 쓰여졌다. 메디치 가문 `통사`의 형식을 띄고 있어서 입문서로 무난하다.  지지 찬양 일변도라 다른 시각의 책이나 통사가 아닌 책으로 보정할 필요는 있겠다.

어느 책을 읽든 메디치 가문 이야기는 필독의 이유와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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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4-09-2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각의 나무에서 나오는 메디치를 읽구 약간 실망했더랍니다..
내용이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메디치 가에 대해서 제목만큼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거든요..
메디치나 보르지아는 항상 제 짝사랑의 대상인지라 기회가 되면 이책 읽을게요..

배바위 2004-09-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디치 가문에 대한 통사로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메디치 가문에 관한 책으로서, 정말로 이거다 싶은 책은 아직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치있게 파고 들어갈 여지가 많을 듯한데, 의외로 아직 비어있는, 작가들의 틈새시장이 아닐지... 메디치가문을 파고드는 발군의 작가가 머지않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리골렛토 역의 바리톤 레오 누치가 너무 잘 하여서 그의 노래와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하였다.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리골렛토`라는 공연팜플렛의 선전문구조차 그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했다.

리골렛토의 딸 질다 역의 조수미도 잘 했지만 레오 누치가 너무나 잘 하여 관중석의 박수가 홈그라운드의 조수미보다 레오 누치에게 크게 쏠렸을 정도다. 레오 누치와 조수미의 이중창들도 빼어났다.

200년 전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오늘의 우리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 만들고 노래 하나 동작 하나마다 몰입케 만드는 힘은, 이 공연에선 대부분 레오 누치의 노래와 연기에서 나왔다.

찾아보니 이 바리톤 가수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 아래 베르디와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 작품들도 다수 녹음을 하였다. 기회 되면 한번 들어볼 일이다. 그러나 노래와 연기가 결합하여 지극한 부정과 인간의 나약하고 어리석음을 그처럼 절절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현장이 아니고선 또 어디서 접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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