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칭기스칸 - 유목민에게 배우는 21세기 경영전략 SERI 연구에세이 2
김종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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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제국의 매력을 절묘하게 묘사해냈다면, 이 책은 몽골의 세계최대제국 건설 비결을 훌륭하게 정리해 준다. 짧은 분량에 일목요연하게 서술되어 읽기에도 편하다.

칭기스 칸이 자신을 칸이라 부르지 말고 테무친이라는 이름으로 부드로독 했다거나, 귀족과 천민의 구분없이 누구든 공을 세우는 자에게 응당한 상을 내려 군대의 사기를 항상 높게 유지했다거나, 작은 파이를 놓고 안에서 싸우지 말고 드넓은 세상으로 나가자고 비전을 제시했다거나 하는 사실들은 참신하고 교훈적이다. 800년 전의 제국이었지만 정신의 건강함과 제도의 치밀함, 자유롭고 평등한 기운이 오늘날에도 감동적이다.

몽골제국의 신화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다. 그들은 당대 그 어떤 민족도 도달하지 못한 자유로운 정신과 치밀한 조직을 갖고 있었기에 대제국을 경영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이룩한 세계지도 상의 대제국은 정신의 장쾌함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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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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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당연히 읽었을 것으로 전제하고 벌어지는 대화를 두 차례인가 당하고 난 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눈으로 읽어 확인해 본 결과 별 다섯개 짜리임에 틀림없다. 문학적인 완성도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의 특별한 가치는 그 주제에 있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세상에는 훌륭한 문학작품도 많고 철학책도 많지만, 자기 머리로 자기의 이상을 생각해 내고, 그 실현을 위해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리 하면 실제로 하나하나 그 이상을 이뤄낼 수 있다는 `위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신비주의적이고 우화적인 기법을 쓰다보니 다소 헷갈리는 면도 있지만, 이 책은 바로 그런 류의 책에 속한다고 보여지기에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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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 향수: 그녀의 첫번째 순수 한국 가곡집 [재발매]
조수미 (Sumi Jo) 노래 / 이엔이미디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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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노래 제일 잘 부르는 가수 조수미가 한국의 빼어난 가곡을 부르니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절창이 되었다. 역시 노래는 그 나라 사람이 그 나라 노래를 부를 때 그 독특한 정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모양이다. 게르만 가수들이 슈베르트 가곡을 가장 잘 부르고 이태리 가수들이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를 가장 잘 부르듯이, 나는 조수미의 이 음반이 한국인들에게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밤에 이 음반을 걸어놓고 귀를 기울이면 슬픈 일도 없는데 가슴 속으로 눈물이 줄줄 샌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바로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인생은 괜히 슬픈가보다. 사람이 제 아무리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 하여도, 근본에 깔려 있는 깊은 슬픔 앞에선 맥을 못 춘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라는 정지용의 시, `고향`이 이 음반의 첫 곡인데  이 곡이 베스트다. 그토록 그리던 고향에 돌아왔는데 내가 그리던 그 고향은 이미 없다. 어찌할 도리 없는 이 억울하고 막막하고 서러운, 그러나 참으로 절제된 슬픔을 조수미는 노래로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무반주로 부르는 한오백년도 뭇 가수 중에 최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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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8-28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수미가 팝송을 부른 음반도 참 애틋하던데...
한국 가곡집은 더욱더 애틋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반갑습니다...

고향에 돌아왔는데 그리던 고향은 이미 없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그서글픔을 아리따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하니~~~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99 2004-08-2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는 세월의 속도를 눈으로 확인하셔서 우시고,
이번에는 음반 걸어놓고 울고...
바람이 나신건가? 갱년기에 들어가신건가?

이 눈빛 영롱한 청소년이 쏘주 한잔 대접할깝쇼?

배바위 2004-08-3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나무님, 고향에 돌아왔는데 그리던 고향이 이미 없다는 대목에서 저도 이 생각 저 생각 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조수미의 음색이 독특하죠? 중성보다는 여성에 훨씬 가깝지만 가녀린 여성보다는 중성에 약간 가까운... 그러면서도 구슬이 굴러가듯이 아름다워서... 절제된 애절함을 노래할 때 가장 훌륭한 것 같습니다.
물류수도사님, 바람의 징조일 수도 있고 갱년기 예고편일 수도 있으나 나의 의식이 다 거부하니...대신...인간 본질에 다가가는 구도의 과정이 아닐까요... 눈빛 영롱한 청소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지 도통 알지 못하겠으나, 함께 늙어가는 사람끼리 쏘주 한 잔 함은 인생의 소중한 도락이지요.

99 2004-08-3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빛 영롱한 청소년은 "미끈하게 잘 빠진 간을 지닌 청년"의 詩的 표현이었습니다.
갱년기 감성앞에 제가 너무 무리한 표현을 사용했군요... 죄송합니다.
다만, 소생이 아무리 노력해 본들 용띠되기는 애초에 글러버린 일이어늘,
어찌 신밧드님과 함께 늙어간다 하겠습니까.
신밧드님이 총총 앞장서시면, 소생은 꽃놀이, 들놀이에 홍홍거리며, 천천히 따르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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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미덕은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다. 책을 읽고 나면 여기 나온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오른다. 클래식음악에 대한 저자의 순수무구한 사랑이 특별히 가슴에 와닿는다. 평생토록 진실하고 절절하게 음악에 순정을 다 바친 저자의 이야기가 감격을 선사한다.

여러해 전에 안동림 선생의 <이 한 장의 명반>이 LP 버전의 클래식음반 가이드였다면, 이 책은 그에 견줄만한 CD 버전의 가이드다. 순애보라는 측면에서는 더 생생하고 울림이 있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예술을 만들었다`라는 인용구를 이 책에서 읽은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이 구절을 난폭하게 축약하면, 즉 뻥을 좀 치면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음악을 만들었다`로 압축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에 참으로 기기하고 묘묘한 것들이 많고 많지만, 그 중에 으뜸의 하나가 음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그 장쾌하고 오묘한 음악의 세계와 속세를 이어주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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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4-09-23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동생이 풍월당에서 시디를 사오곤 했습니다..봉투를 볼 때마다 그참 이름 한번 잘 지었네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주인님이 예사롭지 않은 분이었어여...신밧드님처럼 ^^
읽어야지 하면서 고급 독자인 동생이 언젠가 사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고급 독자냐구요? 무려 2년전쯤에 동생 책꽂이에 있는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보구서 혼자 놀랐지요...그때는 마라이가 아직 알라딘 '공식버닝대상'이 아니었을때였거든요.

배바위 2004-09-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다녀가셨군요. 기회될 때 한번 읽어보세요. 정말 순애보예요. 한가위 즐겁게 보내세요.
 

2003년 가을에 설악산 십이선녀탕으로 단풍 구경을 갔다. 단풍은 이미 졌지만 십이선녀탕계곡의 절경을 완상하며 여유롭게 등산하는 맛은 그저 그만이었다. 계곡 바위에 등 대고 푸른 하늘 바라보며 누웠는데 바로 옆 바위 위로 계곡물이 쏜살같이 타고 흘렀다. 무심코 바라보다 가슴이 찡해 왔다. 흐르던 물이 넓쩍 바위 위에서 두께 5mm로 쫙 깔리며 내달리니 자연 속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이보다 시간의 속도를 극명히 드러내보일 수 있으랴. 세월의 속도가 이와 같음을 어찌 통탄치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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