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책장 속 세계문학을 읽어볼까? - 자목련
고전소설은 ‘시간’이라는 체로 걸러진 일종의 사금이다. 무엇이 명작이고 무엇이 고전으로 우리 곁에 남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재판관은 시간이다. 시간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들은 던져버리고 명작이라는 알맹이만 우리에게 남겨준다.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당시 사회 모습과 그 이후에 사회가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 시대를 공부하고 이해하게 된다. (프롤로그, 16쪽)선뜻 골라 읽기 어려운 문학이 있다. 바로 고전과 세계문학이다. 사진 속 내 책장의 세계문학도 그렇다. 기필코 읽겠다고 사둔 책들, 방송에서 명사나 드라마 소개...

어떤 욕망 - blanca
다수에 속하지 않는 것은 두렵다. 주류에서 배제되는 일은 서럽다. 인종, 직업, 연령. 심지어 어느 연령에 따른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도 그러하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산다는 일은 어쩌면 이런 사회적 압력과 기준에 억지로 나를 순응시키고 맞추거나 거부하는 일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거기에 부합해도 벗어나도 매일은 투쟁이다. 그것은 나의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오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생명과 나름의 주관을 지닌 내가 그런 것에 매순간 들어맞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 틈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자아내는 고립감은 가벼운...

다시 읽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feat.코이케 류노스케,양자오,김영) - 가명
대안연에서 진행 중인 하루키 강의 덕에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근 20년만에 다시 읽었다. (최근에 김난주씨 개정판이 다시 나왔는데 역자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어색하다. 작품에서는 ‘세계의 끝’에 대비해서 ‘원더랜드’가 현실 역할을 하지만, 독자에게는 원더랜드 역시 판타지이기 때문에 김진욱판의 ~네. ~소. 로 끝나는 다소 연극적인 문장이 어색하지 않다. 김난주 판은 ~지.~어. 같은 구어체를 쓰는데 오히려 멋이 없는 것 같다. 박사와의 대화 장면에서는 경어체가 헷갈리게 쓰였는데... 초벌번역인가?.. ...

인도 초기 미술의 세계를 경험하다 - 거리의화가
지난 주말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전시회에 다녀왔다. 이 전시는 2023년 7월부터 11월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나무와 뱀, 인도 초기 불교미술>의 한국 전시다. ‘나무’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나무를 상징하는 것이고, ‘뱀’은 신화 속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인 ‘나가’를 의미한다. 석가모니는 인도와 네팔 국경 근처 마을에서 태어나 북인도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나서 그의 제자와 수행자들에 의해 불교가 전파되면서 전 세계로 불교가 뻗어나갔다. 전시를 ...

자몽과 자몽이 아닌 세계 - 잠자냥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였다.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엄마는 자몽이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다. 난데없이 자몽의 생김새를 말해야 했던 나는 약간 당혹스럽기는 했으나 엄마의 질문이 진지했기에 설명을 하기는 했다. “오렌지보다 더 크고 단단하게 생겼잖아.” 그러다 문득 엄마가 자몽을 먹어봤는데 왜 모르지 싶어서 “자몽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몰라?” 하고 반문했는데 하필이면 그때 친구들의 얼굴에 약간의 놀라움 비슷한 표정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수화기 너머 엄마는 “아니 글쎄.... 누가 설명을 해달라는데 어떻게 설...

문자 출현과 오브제 - 단발머리
겁 없이 덤볐다가 모르는 이야기 한참 읽었다. 나는 레비 스트로스의 현장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예술과 오브제, 회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부제를 다시 보니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인터뷰>. 아, 원시와 현대 예술에 관한 이야기구나. 깝친 나를 또 반성한다. 나는 왜 나대는가. 나는 왜 까부는가. 부제에 뻔히 쓰여 있는 것을. 그것도 안 보고 왜 이 책을 읽겠다 덤볐단 말인가. 내가 읽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였다. 57쪽과 77쪽. 문명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격차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

돌이킬 수 없는 - cyrus
식물은 예민하다. 민감한 식물은 잘 자란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에서 세상 모든 아름다운 꽃은 흔들리면서 핀다고 했다. 햇볕을 쬔 식물 줄기는 흔들면서 햇볕이 있는 쪽으로 자란다. 땅속에 있는 뿌리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뿌리 역시 흔들면서 자란다. 중력을 느낀 뿌리는 중력이 잡아당기는 아래쪽으로 뻗는다.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 받으면서 성장하는 현상을 ‘굴성(屈性)’이라 한다. * 나탈리 사로트, 이광호 · 최성연 옮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지만지드라마, 2023년)인간은 예민하다. 주변 상황에 ...

새로운 삶의 방식 - Laika
배명훈의 <화성과 나>를 읽었다. 얼마 전에 <타워>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것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좋았다. <화성과 나>는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매우 독특하다. 먼 미래에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아보고 싶다는 연구 의뢰를 받고 화성 연구에 착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의뢰는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의뢰자인 외교부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되면서 공식적인 연구 자체는 거기서 끝이 난 듯 하다. 하지만 연구 보고서를 본 과학자들이 강의 요청을 ...

꿈을 이루는 사람 - 다락방
금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났다.우리는 고사리 삼겹살을 앞에 두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던중 친구1은 내게 요즘 여성주의 책은 어떤걸 읽냐 물었고, 나는 입 안 가득 삼겹살을 넣고서는 주섬주섬 가방안에서 책을 꺼냈다. 요즘엔 이거 읽어요, 라고. 친구1은 책을 살펴보았고 친구1이 살펴본 책은 이제 친구2에 게로 가있었다. 그 책은 당연하게도 이 책이었다. 책을 가지고 있어서, 그리고 꺼내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지 뭐야?내가 가진 책에는 플래그가 몇 개 붙여져 있었다. 밑줄긋기로 옮겨두려고 했는데 아직 못하고 있었다.친구 2는 내 책을...

두 번째 기회 - Sarah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나 역시 항상 지나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인터넷 서점이다. 그 중 알리딘에서의 새로 나온 책을 매일 클릭한다. 이미 집에 읽을 책이 한가득인데도 어떤 책이 새로 나오는 지 검색하곤 한다. 오늘도 지나치지 못하고 들렸더니 <불편한 편의점>으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의 신작 소식이 눈에 띈다. 4월 25일 출간 예정이기에 아직은 예약판매만 가능하다. 나는 김호연 작가가 작년 에세이 <김호연의 작업실>을 썼지만 전작 <불편한 편의점>이 워낙 성공을 한 작품이기에 새로운 작...

병상 읽기와 성가심과 카프카의 딜레마 - 공쟝쟝
깁스는 일주일 더 해야 한다. 약 하루에 0.15킬로그램씩 증량 중이다ㅋㅋ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병상 일지 페이퍼를 쓰라는 권고를 들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쓰라는 건 안 쓰고. 어제는 쇼파에 최대한 편한 자세로 안착하여 밀린 <눈물의 여왕>시청으로 감정 낭비를… 하느라 그만 지치고 말았다. [독서 중독자는 이 책이 뭔 책일지가 궁금하다]용두리의 엄마 사투리가 넘나 고향 집이 생각나서(워매. 으째야쓰까잉. 엄마……) 즐겁게 보다가 막화에 드라마 속도가 너무 질질… 주인공이 “내 기억이 바로 나”라고 하는 장면들에서 ...

주말 힐링의 흔적 - transient-guest
주말엔 계획했던 대로 하루 종일 책을 보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토요일에는 새벽 일찍 운동을 하고 오전에 미리 장을 봐 놓고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한 권씩 다 읽어냈고 일요일에도 계속 책을 잡고 하루를 보냈다. 약속이 취소되어 딱히 갈 곳도 없었고 특별히 볼만한 전시도 없어서 이젠 대놓고 위험해진 샌프란에 갈 생각도 없었다. 이전엔 자주 가던 하이킹도 공원 곳곳이 무너진 후 매년 비가 올때마다 보수할 곳이 늘어난 탓에 갈 곳이 정말 없어진 것이다. 일부러 일을 만들어 어딘가를 찾아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귀찮아지는 것...

‘아이스크림은 달콤하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은 녹는다.’ - scott
매년 주기적으로 책의 날이 있는 달이면 독서 인구층은 점점 줄어 들고 있고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 비율이 50퍼센트를 넘어섰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종이책, 전자책에 모두 포함해서 2024년은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세계적으로 독서 인구층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추세 속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소멸과 독서 인구 소멸의 최상위 단계로 진입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달 베스트 상위를 차지 하고 있는 책들 상당수는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들로 작년 부터 시작된 쇼펜하우어 철학 열풍은 2024년 상반기 까지...

쌓여가는 벽돌책들은 우리 미술에 대한 무식의 양이다 - 그레이스
조선미술사는 전기·중기·후기·말기 로 나눈다. 초기는 중종 연간까지, 중기는 숙종 연간까지, 후기는 순조 연간까지 ,말기는 대한제국까지이다. 찾아보니 안휘준 교수의 책에서 역시 그렇게 나누고 있다.초기에는 하직 고유의 화풍은 형성되지 않았고 안견의 <몽유도원도> 중국으로부터 유래된 <소상팔경도>의 유행으로 볼 수 있듯 사대부 사회를 중심으로 관념산수를 즐겨 그렸다. 중기에는 북종화의 영향으로 절파화풍이 유행한다. 후기는 문예부흥기로 ‘문자향 서권기’가 짙은 서화가 유행했다. 더불어 풍속화도 함께 발전한다. 말기...

조금 과하지만, 진실한 발자크표 사랑 - 페넬로페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 평전』 초반부에서 발자크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19세의 나이에 자신보다 32살이나 많은 51세의 ‘베르나르 프랑수아 발자크’와 결혼한 발자크의 어머니, ‘안 샤를로트 살랑비에’는 장남인 발자크에게 그 어떤 사랑도 주지 않았다. 발자크는 태어나자마자 유모의 집에 맡겨져 만 네 살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 뒤에 다른 집에 하숙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만 부모가 있는 집에 올 수 있었다. 일곱 살이 되어 방돔의 오라트리오 수도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들어가 7년 동안 있었다. 그곳은 학교였지...